지난해 3월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앞당긴다는 취임 명분을 걸었던 한전 전영상 상임감사가 지난 3일 감사원에 본인 대상 감사를 진행해달라는 청구서를 접수했다. 주 내용은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 ▲ 연구개발(R&D) 분야 대상 집중 감사로 인한 전력연구원 52명 퇴사‧73명 휴직 ▲ 587명의 이메일 및 특정 직원에 대한 동의없는 CCTV 화면 열람 ▲ 전 상임감사의 전 소속인 한국행정학회 주최 포럼에 개최비용 지원 및 고교 동문 자문 위촉 등의 의혹 제기 등이다. 전 상임감사의 감사 청구는 지난달 30일 감사원에 접수됐다. 현재 감사원 내부 검토 단계 중이다. 감사원 홈페이지에는 '감사착수 및 처리단계'라고 고지된 상태다.
평소 철학과 개혁에 충실했는데 얼마나 억울했으면 현직 감사가 감사원에 자신을 감사해달라고 청구했을까?
CCTV와 , 이메일을 강압적으로 무리하게 열람했다는 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도록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열람했다고 해명했다. 전력 연구원 R&D 감사 대상이 된 연구직 인원중, 본인 취임 이후 현재까지 정년퇴직 및 희망퇴직 등을 제외한 실질적 의원면직 인원은 12명, 휴직은 22명으로 전임감사 재임기간과 거의 동일한 규모여서 특별히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행정학회 과다지원에 대해 토론회는 감사업무와 무관하지 않으며, 발생한 비용을 모두 합하더라도 타 포럼의 연회비에 못 미치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내부기준에 따라 낮은 수준의 자문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수안보 연수원 과도한 사용 비판에 대해 규정에 따라 이용한도 범위 내에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다른 관점도 있다. 법적 하자는 없다. 다만 전 감사는 이전 감사들과는 달랐다. 전 감사는 본사를 위주로 집중감사하고 있고, 그 범위도 기획 인사 영업 배전 송변전 해외 등 전방위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이전 감사들이 본사 감사에 비중을 많이 두지 않은 것은 어차피 감사원 등 외부 감사를 충분히 받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안이 없으면 외부감사에 맡기고 이외 부분 감사에 집중하는 것이 감사 효율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사기간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대개 감사는 기간이 정해놓고 한다. 전 감사는 긴 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감사를 추진했다.현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말도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징계 수위도 문제였다. 똑같은 건이다. 예전에는 견책이나 경고였다. 현 감사는 정직이나 감봉등 수위가 혹독했다. 정직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고 감봉은 급여가 줄어드는 것이니 급여생활자에게는 퇴직 비슷한 느낌을 유발하는 최고 수위 징계다. 징계 받은 직원들은 예전 같으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분위기 였다면 ‘이건 아니다.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억울하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일벌백계(一罰百戒)가 아닌 반대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전력연구원은 전체 직원 600명 중 100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런 논란이 많이 나온 것 자체가 도덕적 책임을 느껴야 할 부분도 있다.
전 감사는 2021년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충북본부 공동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그의 이런 평소철학를 실현하고 공공기관 정화작업을 위해 이번 정부와 기조를 함께 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하지만 감사업무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두 마리를 함께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견제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균형이 부족하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정도의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만 못하다는 뜻이다. 중용(中庸)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말이기도 하다. 중용(中庸)은 어느쪽이나 치우침이 없이 올바르며 변함이 없는 정도나 상태를 가르킨다. 듣기는 좋은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전 감사에게 남은 기간은 5개월여 ... 마무리할 시간이다. 지나친 견제는 자칫 내부 총질(?)에 불과할 수 있다. 내부에 생채기(?)만 남길 수 있다. 개혁에 충실했으니 임기가 연장되거나 좋은 자리로 갈 수 있다. 과유불급이 아니고 남은 기간 균형감사를 이뤘다는 평이 나오는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길 기대한다.
김대혁 선임기자 hdk0560@hanmail.net |
